원광대학교 대안문화 연구소 : 익산시 구술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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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대한 세 가지 단상

원광대학교 대안문화연구소 박태건 수석연구원의 ‘지역 정체성 찾기’


▲ 개에 대한 세 가지 단상


브라우니 짖어!

앙증맞은 개 한 마리가 화재다. 이름은 ‘브라우니’. TV 개그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후 팬클럽까지 생겼다. 최근에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데뷔곡을 발표했단다. 브라우니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난해하다. 이 개는 짖지도 물지도 않는다.(못한다) 인형이니까! 그런데 개그맨이 ‘개 인형’에게 말을 걸면 방청객들은 뭔가 일어날 것처럼 주목한다. 평범한 개 인형이 ‘브라우니’가 되는 순간이다. 이 개그의 웃음 코드는 ‘브라우니’의 침묵의 이유다. 낯선 이를 보거나 모종의 위협이 감지 될 때, 개는 짖는다. 개짓는 소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계방송이었다. 그런데 짖어야 할 때 짖지 않는 개가 있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겁쟁이거나 ‘브라우니’처럼 자기 합리화다. 그런데 종종 침묵하는 경우를 본다. 귀여움이 각광받는 애완견 시대가 열린 것일까? ‘푸들족’이 사회의 반영이라면 정말 슬프다. 이번 주 일요일 등장하는 ‘개인형’을 보며 나는 상상한다. 브라우니, 짖어!

가장 한국적인 것

춘포면에는 꽤 유명한 탕집이 있다. 예전엔 ‘개국 장사’라고 불렸다. 이 음식의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리시장에 오고 가는 사람은 하여튼 거그 가서 ‘개국’ 한 그릇씩 먹고 갔어. 그러다가 여름에 홍수가 딱-져버린다? 그러면 걍 싹-씰어가버려, 긍게로 솥단지만 하나 걸어 놓고 개 한 마리 잡아서 삶아,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서 뜯어서 먹었어. 그래서 여그가 보신탕이 유명한 게벼.”(박병화씨 72세) 돌아서면 배고팠던 시절. 만경강 둑길을 따라  7∼8 개의 개장국집이 늘어서 있었다. 이리로 가면 ‘이리’, 저리로 가면 ‘전주’라는 말을 듣던 춘포면 사람들은 ‘투가리에다가 막 틈벙툼벙 썰어가꼬 주던’ 개국을 먹으며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곤 했다. 이렇든 개장국은 민중의 삶과 함께했다. 그래서 프로야구팀 KIA의 외국인 투수 ‘앤서니’가 홍어와 보신탕을 먹는 것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완전한 문화적응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 과천청사 앞에서 대한육견협회의 집회가 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고기 합법화’ 집회다. 물론 ‘반려동물을 먹거리로 만든다’며 열 받은 동물애호론자의 반론이 개장국 솥단지처럼 들끓어 올랐다. 개고기 요리를 전통음식문화로 개발·보전하는 북한의 경우는 꺼낼 겨를이 아니다. 하여간 춘포면의 개장국 문화가 향토음식으로 선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솜리(익산)시장을 오가며 고픈 배를 채워주던 가난하지만 푸짐했던 인정의 기억도 잊혀 질 것이다.

익산을 대표하는 개

구술사를 진행하면서 익산을 대표하는 개를 알게 되었다. 미륵산 개다. 미륵사 주차장 옆에 세워진 ‘개비석’은 그 개의 충직함을 기린다. 사연은 ‘오수개’와 비슷하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불을 끄고 죽었다는 것. 비석을 세워줄 정도로 주인은 개에게 고마움을 느꼈겠지만, 자신의 술버릇을 고쳤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미륵사에 가면 종종 개비석을 찾는다. 그 개는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 생명을 걸었던 걸까? 가라타니 고진(일본태생의 비평가)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며 ‘자명한 것을 의심하라’고 주장한다. 고진에 의하면 타자와의 관계는 ‘목숨을 건 비약’이 필요하다. 이 말은 규칙을 공유하지 않은 타자와의 소통(교환)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실존적 고민을 갖고 있다. 미륵산 개는 주인과 어떤 소통(교환)을 한 것일까? 대부분의 교환은 예측할 수 없는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소비된다. 우리는 ‘브라우니’에 박장대소를 하기 전에 짖지 못하는 이유의 합리화로 자신을 위안하는 건 아닐까? 명절 즈음 오고가는 선물 상자를 보며 개비석의 의미를 생각한다. 저 선물(교환)은 ‘목숨을 건 비약’일까, 잉여가치의 또 다른 유통일까? 태풍피해가 유난했던 이번 추석에 생각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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