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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텍스트로서의 문화와 지역문화

원광대학교 대안문화연구소 하정일 소장의 ‘지역 정체성 찾기’


▲ 콘텍스트로서의 문화와 지역문화


문화는 텍스트인 동시에 콘텍스트입니다. 우리는 흔히 문화를 문화 생산물과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문화는 문화 생산물인 동시에 그 이상입니다. 문화는 그 자체로 자족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맥락-즉 콘텍스트-속에서 존재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텍스트로서의 문화 생산물, 시장·매체·자본·이데올로기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콘텍스트가 형성되는데, 이 콘텍스트 전체를 문화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를 콘텍스트로 이해할 때의 장점은 그것의 다층적 의미를 포착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가령 ‘누가 무엇을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을 ‘누가 무엇을 어떤 맥락에서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면, 문화 소비자 혹은 수용자가 놓인 맥락에 따라 문화의 의미가 달라지게 됩니다.

문화가 콘텍스트라는 사실은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더욱 유용합니다. 지역문화를 단지 텍스트로만 바라볼 경우 지역문화에서 대안문화적 의미를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주류 문화의 헤게모니는 완강하고 지역문화의 현실은 척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문화를 콘텍스트로 바라보면, 지역의 민중문화·소수문화·생활문화의 척박한 현실은 오히려 주류 문화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징후이자 이들 문화의 대안문화적 잠재력을 활성화할 방향을 지시해주는 지표가 됩니다. 콘텍스트로서의 지역문화는 지역문화가 놓인 맥락, 곧 지역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 지역문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체성들의 충돌양상, 지역문화와 시장·매체·이데올로기의 상관관계를 환기해주기 때문입니다.

콘텍스트로서의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활양식이 곧 문화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문화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통념은 문화를 교양의 표현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고급문화 중심주의로 나아가기 마련이고, 대다수의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들은 저급한 문화로 평가절하됩니다.

그 문화들은 교양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지역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 즉 중심-우등-선진, 주변-열등-후진의 구획짓기 역시 이러한 문화관과 관련이 깊습니다.

반면에 생활양식이 문화라면, 지역문화를 비롯한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들 역시 자신의 고유한 주체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문화가 됩니다. 문화의 서열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생활양식을 어떻게 문화로 볼 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활양식을 맥락 속에서 보면, 즉 다른 생활양식들이나 다른 주체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면 저마다의 생활양식은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생활양식을 텍스트가 아니라 콘텍스트로 이해할 때 그것의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텍스트로서의 문화를 부정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텍스트로서의 문화 또한 콘텍스트로서의 문화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바라보아야 그것의 다층적 의미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문화에도 텍스트로서의 문화가 있습니다.

문화 생산물이나 문화적 기록이나 활동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텍스트로만 다루는 한 지역문화는 열등하고 후진적인 문화일 뿐입니다. 그것들의 대안문화적 의미와 가치는 콘텍스트로서의 문화라는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중성·소수성·지역성의 대안문화적 의미와 특수성·차이·이질성·공동체성 같은 대안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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